[우수 연구자] 보건의료정보학과 심성률 교수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경남대학교 보건의료정보학과 심성률 교수입니다. 고려대학교 환경보건학으로 석사를, 동 대학교에서 역학 및 의료정보학으로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직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겸임교수 및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보의학교실 연구교수로 재임하다 2022년 3월 경남대학교에 부임 받았습니다. 연구와 교육 등 연구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경남대학교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사진: 경남대학교 보건의료정보학과 심성률 교수>
-그동안 진행하신 연구과제 참여 내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전공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측정, 전송, 저장하는 의료정보학(Medical Informatics)과 더불어 이러한 보건의료 데이터로부터 실제 인구집단에 미치는 건강영향을 평가하는 역학연구(Epidemiology)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대규모 국가별 인구집단 코호트 연구들로부터 갑상선비대증(Hyperthyroidism)에 흔히 사용하는 요오드(Radioactive Iodine) 치료의 암 발생 위험도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갑상선비대증은 갑상선기능의 항진으로 인하여 호르몬이 과다분비하게 되어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이때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를 투여하면 신체조직 중 갑상선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매우 안전한 치료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요오드 치료의 발암 위험도를 나타내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지난 70년 동안 쌓아온 요오드의 안전성에 대한 중대한 논란이 촉발되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서 미국립암연구소 (NCI, national cancer institute)와 공동으로 과학적 근거를 통합하여 종합결론에 이르는 근거기반연구(Evidence Based Medicine)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인류가 축적해온 국가별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로부터 479,452명의 데이터 분석 및 합성을 통해 요오드치료의 종합적인 암 발생위험은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본 연구는 JAMA Network Open을 통해 발표 되어졌고 미국 주요 언론에 소개되어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연구 분야 및 관심 분야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주요 관심분야는 수많은 데이터들로부터 질병의 특정패턴을 찾아내어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가’를 늘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는 근거기반연구, 즉 체계적문헌고찰과 메타분석(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제 연구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거기반연구는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한 과학적 지식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종합결론에 이르는 메타분석이라는 결합방법론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최신이며, 최상의 근거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보건의료분야의 표준진료지침은 체계적문헌고찰과 메타분석으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상위 수준의 증거기반으로 여겨집니다.
<사진: AI EBM process>
이외에도 보건학적 이슈에 따른 역학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코로나 상황 초창기에는 전 세계가 코로나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환경적 요인에 영향 받는지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에 기상청, 한국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전국 174개 지역별 기상상황(일조량, 평균온도, 일교차, 바람의 세기 등)과 대기오염물질(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오존, 일산화질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농도를 날짜별로 수집해 가중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2020년 1월~4월 전국의 확진자 3천234명을 대상으로 기상 상황 및 대기오염 정도가 코로나19 발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았습니다.
[SBS NEWS] 대기오염물질 탓 코로나19 감염 위험 더 커져…"최대 5.2배"
그 결과 이산화황(SO2)과 일산화탄소(CO) 등 대기오염 물질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최대 5.2배로 높였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로 다양한 환경요인들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노력 및 노하우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근거기반연구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불타는 의지에 교육학, 사회학, 통계학, 의학 등 전문가들에게 집요하게 지식동냥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국내에는 메타분석 관련 전공서적이 없었습니다. 전문가들도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독학으로 메타분석 원서와 해외학회를 통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간단한 분석이지만 원서와 같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 동안 수 백번 코드를 반복실행 해가면서 하나씩 배워 나갔습니다. 그 뒤로는 며칠이 지나면 잊어버릴 저 스스로를 위해서 연구기록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출판한 유전체메타분석 가이드라인 집필 외에 국내연구자를 위한 메타분석 도서 7편을 저술했습니다.
1. 심성률, 「의학보건학 연구자를 위한 R 메타분석」, 한나래출판사, 2019.09.
2. 심성률 외 1명, 「메타분석_forest plot에서 네트워크 메타분석까지」, 한나래출판사, 2018.11.
3. 심성률, 「R 중재 메타분석 」, 에스디비연구소(SDB Lab), 2019.03. [e-book]
4. 심성률, 「R & Meta-DiSc 진단검사 메타분석 」, 에스디비연구소(SDB Lab), 2019.03. [e-book]
5. 심성률, 「R 용량-반응 메타분석 」, 에스디비연구소(SDB Lab), 2019.03. [e-book]
6. 심성률, 「R 네트워크 메타분석 」, 에스디비연구소(SDB Lab), 2019.03. [e-book]
7. 심성률, 「R 네트워크 메타분석 실습 」, 에스디비연구소(SDB Lab), 2019.05. [e-book]
최근에는 메타분석 강의와 관련된 연구 발표, 그리고 국제 공동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여러 연구기관들에서 협업요청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국립암연구소와 의학계의 발암이슈에 대해 최상위수준의 근거기반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의 초청으로 글로벌 10여개 국가의 공동연구자와 협업으로 비뇨기암 관련 메타분석 방법론을 직접 주도하게 되어 현재까지 Impact Factor 20점 이상의 최상위 저널에 3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우울증에 대한 기존 치료법과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종합효과크기를 판단하기 위한 메타분석 방법론 협업요청이 왔습니다. 현재 공동연구로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그밖에도 국내 대부분의 주요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자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며 영국, 터키, 러시아, 이란 등 글로벌 연구자들과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남대학교의 우수한 연구자분들과 협업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근거기반연구는 혼자서 하는 연구가 아니기에 많은 전문가들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같이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많은 연구자들과 다양한 지식들이 함께 할 때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연구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분야를 꾸준히 이어나가자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피부미용에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톨리눔 톡신(botulinumtoxin)이 있습니다.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Allergan Inc.)의 근육 수축 주사제의 상표명이 ‘보톡스’입니다.
제품의 특허 만료 기간에 맞추어서 많은 회사와 연구자들이 다양한 적응증에 활용하기 위해서 꽤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피부의 국소마비 이외에도 인체 주요장기에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중 야간뇨와 빈뇨 등 전립선비대증에 보톡스를 주사해 자극 증상을 느슨하게 만듦으로서 증상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꽤 많았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연구자들이 보톡스의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하고 있었기에 과연 이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점차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오면서 여러 선행연구들을 모아서 우리 연구팀이 분석해 보니까 임상연구의 최상위 수준인 무작위대조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연구에서는 보톡스의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사진: risk of organs>
-연구 중 애로사항이 있으셨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제가 메타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전 연구들의 애로사항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연구자라면 두 가지 연구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는 본인이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것입니다. 실험, 중재, 설문 또는 치료를 직접 실시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모읍니다. 일례로 저 또한 학위논문을 위해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인복지회관에서 눈이 어두우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분씩 설문지 읽어드리면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런 노인복지회관을 전국 36곳을 방문했습니다. 그 당시 학위논문만 끝내면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었습니다. 그만큼 데이터 수집이 어려울 뿐 더러 모아진 데이터의 질 또한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차자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국가연구기관 . 및 정부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본인의 연구소재로 삼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빅데이터입니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의 가장 큰 단점은 인구사회학적 정보 이외에 실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없다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크기만 할 뿐 연구주제 선정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근거기반연구를 접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미 알려진 선행연구들을 수집하고 종합해서 하나의 결론을 내는 것입니다. 그로인해 데이터수집 문제에서 자유로워졌고 연구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떤 연구도 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의심했습니다. 설마 이런 근거기반연구가 독립된 연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분명해졌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연구가 아닌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수많은 과학적 지식들의 종합결론이기 때문에 최상위 근거수준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어했던 자연의 원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심성률 교수 인터뷰>
-앞으로 목표(연구, 희망, 꿈)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된 근거기반연구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메타분석이라는 학문을 맨손으로 시작했듯이 제가 꿈꾸는 미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고 해낼 것입니다.
종양학 분야에서는 매년 약 16만 편의 논문이 출판되고 있는데 이는 의사인 인간이 일 년 동안 주말도 없이 매일 440편을 읽어야만 하는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IBM이라는 빅테크 회사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방대한 논문들을 빠르게 정리하여 암 진단과 치료에 의사의 판단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Watson for Oncology’입니다. 그러나 2013년 개발 후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2년 현재 학계와 산업계의 평가는 암종, 병기, 인종, 시간에 따라 인간 의사와 일치율의 차이가 벌어져 점점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IBM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흔히 블랙박스로 불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결론에 다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최상위 근거수준인 근거기반연구를 이용하여 환자의 치료와 진단에 종합결론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군다나 그것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근거기반연구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우리의 과학수준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현재의 근거기반연구는 모두 사람의 손과 눈으로 이루어집니다. 코크란(Cochrane) 연합의 표준적인 방법으로는 최소 1년에서 3년 정도 걸립니다. 물론 상당히 익숙한 저로서는 매우 단축해서 1~3개월 정도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당장 환자를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면 이는 결코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아닐 겁니다. 따라서 시간 집약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면 거의 실시간에 이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점심메뉴 선택을 위해서 포털 사이트에서 “댓거리 맛집”을 검색하듯이 언젠가는 과학적 지식이 궁금할 때 “자동화된 근거기반연구 플랫폼”을 통해서 인류가 쌓아온 과학적 진리를 정확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근거기반연구는 네트워크와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는 교내 연구실에서 온라인을 통해서 외부와 소통하지만 대부분을 혼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꿸 수 있는 실을 가지고 있을 뿐 구슬은 경남대학교 내 많은 교수님들이 가지고 계십니다. 지금이라도 ‘혹시’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